산다는 게 날마다 피가 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전쟁임을 그땐 몰랐습니다. 목숨 부지하고 살아남는 게 얼마나 힘든 세상인지 그땐 참 몰랐습니다.”
김진숙 작가가 <소금 꽃나무>에서 노동자의 삶을 표현한 것처럼, 저도 현장 일을 하기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전쟁’이라는 시퍼런 단어가 참으로 어울린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한 언론사의 조사 결과,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의 수는 하루 평균 2.47명에 달한다고 하죠. 지금도 어느 곳에서는 공기가 부족한 맨홀 안에서 들어가 작업을 하거나, 밧줄 하나에 의지해 고층 건물을 청소하거나, 빠른 속도로 차량이 달리는 고속도로 위에서 도로보수를 하는 등 수많은 노동자들이 위험에 정면으로 노출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아무 사고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게 소망”이라던 한 가장의 말씀이 푸념으로 들리는 연유가 그 탓이겠죠.
결국 ‘먹고 사는 일’의 문제이겠지요. 그리고 누군가는 이 고된 일을 도맡아야 할 겁니다. 그래야만 어제처럼 오늘도 세상이라는 톱니바퀴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테니까요. 그럼에도 이들이 처한 좋지 못한 환경이 당연하게 여겨지거나, 이들에게 쏟아지는 차별적인 시선만큼은 지속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심심치 않게 다른 현장의 사고 소식이 들려오곤 합니다. 그런 날이면 각자의 얼굴에 경직과 침묵이 깊게 배이죠. 나의 일은 아니지만 언제라도 나의 일이 될 수 있음을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끝모를 비소식에 더욱 고된 요즈음입니다. 비소식에 비보가 겹치지 않기를, 계절 끝에 안도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